한국어 교원 및 수업

입문/초급반에서의 영어 사용은 필수적인가요?

eternal_moonlight 2021. 2. 25.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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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문/초급반에서의 영어 사용은 필수적인가요?

 

안녕하세요.

오늘은 제가 한국어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궁금해했고,

지금까지도 여러 선생님들께 질문하고 있는 '입문/초급반에서의 영어 사용'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이는 영어 사용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학습자들의 모국어 사용(중국어/일본어/베트남어 등)까지 적용되는 일이지요?

 

한국어 초급반 영어 사용

 

제가 한국어 교원 과정 수업을 들을 때 들었던 가장 큰 의문점은

'어떻게 영어나 학습자들의 모국어를 사용하지 않고 언어 교육을 시작하는가'였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을 수업 시간에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한국어만 사용해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것이 가장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과연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항상 의문이었습니다.

그런 의문을 가진 채로 한국어 강의를 시작하게 되었고,

저는 제 나름대로 그 방법을 찾아 나가는 중입니다.

다른 선생님을 만날 기회가 오면 항상 여기에 대해 의논하기도 했고요.

따라서 오늘 제가 포스팅할 내용은 정답이 아니며,

그냥 저는 이렇게 수업을 하고 있다 정도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정답이 아니기에 포스팅을 할까 말까 많이 망설이다가

저와 같은 고민을 가지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 이곳에 제 의견을 남겨 놓기로 했습니다.

 

먼저 제가 한국에서 봉사활동으로 한국어를 가르치기 시작했을 때에는

1:1 수업으로 베트남/중국 학생을 가르쳤습니다.

저는 베트남어도 중국어도 하지 못하고요.

그 학생들도 영어를 하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한글 읽기밖에 되지 않는 학생들이라 막막했습니다.

한국어만으로 설명하라는 수업을 들었지만, 도저히 한국어만으로는 수업 진행이 되지 않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때는 번역 어플인 'papgo(파파고)'를 사용해서 의사소통을 했습니다.

최대한 사진 자료를 활용해서 설명하기도 했고요.

그나마 다행인 것은 1:1 수업이었다는 것입니다. 

학생과 저 둘이서만 즉각적인 의사소통이 가능했기에 번역기와 사진자료만으로 수업이 가능했지요.

 

이후 저는 외국으로 나가서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요.

그 나라는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하는 곳이었습니다.

따라서 제가 영어로만 설명을 하면 수월하게 수업이 진행될 상황이었지요.

하지만 한국어를 사용해서 한국어를 가르치는 게 가장 좋다는 수업 내용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최대한 영어 사용을 자제하며, 한국어로 수업을 진행해 보기로 했습니다.

물론 초반에는 영어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도 많았습니다.

입문 과정에서 한글을 가르칠 때에는 소리 내는 방법을 영어로 설명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신 수업 중간중간 제가 많이 사용하는 한국어와 그 뜻을 알려주고 계속 학생들에게 이야기했습니다.

"괜찮아요?", "빨리빨리", "알아요?", "몰라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그렇지요?", "맞지요?", "어때요?"

이렇게 제가 자주 사용하는 단어들을 알려주고 계속 한국어로 이야기합니다.

학생들이 읽지는 못해도 듣고 말할 수는 있으니까요.

세 번째 수업쯤 되면 학생들도 어느새 제가 하는 말들을 따라 하며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한글을 읽을 수 있게 된 후부터는 그림/사진과 함께 어휘 수업을 합니다.

저는 기초반을 가르칠 때 가장 많은 시각 자료를 활용했습니다.

문법을 가르칠 때에도 초반에는 영어 사용이 불가피했습니다.

명사, 동사, 형용사 등과 같은 단어들이 그 예이지요.

처음에는 이 단어들을 영어로 설명하고, 그다음에는 영어와 한국어를 같이 알려주고,

또 그다음부터는 한국어로만 이야기합니다.

문법을 배워나갈수록 학생들과 나눌 수 있는 대화들도 늘어나게 됩니다.

최대한 배운 문법과 문장으로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했습니다.

 

그렇다면 어느 정도 문법을 배운 초급 학생들에게는 어떻게 할까요?

이 정도 되면 학생들과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어휘를 사진으로만은 설명할 수 없는 때가 옵니다.

이때 저는 최대한 상황 설명이나 예를 들어서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할 일을 미루다'라는 어휘를 그림으로만은 설명하기 어렵겠지요?

그러면 그림과 함께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 것입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있어요. 그런데 너무 하기가 싫어요. 그래서 안 해요. 내일 해야지! 일을 미뤘어요.'

이렇게요. 

학생들에게 'put off'라고 말하면 1초 만에 끝날 어휘 설명이지만, 그만큼 쉽게 잊어버리겠지요?

그래서 이렇게 상황/예시 설명을 통해 한국어로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사실 이렇게 설명을 하면, 학생들끼리 "아~ Put off?" 이렇게 이야기를 한답니다.

 

 

저는 한국어 수업시간에서의 영어/학생들의 모국어 사용에 대해 다른 선생님들께 정말 여러 번 물어봤답니다.

그리고 대부분은 어느 정도 영어/학생들의 모국어 사용이 불가피한 부분이 있고(특히 입문/초급반에서),

최대한 한국어만을 사용하려고 노력하신다고 대답해주셨습니다.

저 역시 그렇게 느꼈고, 그렇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고요.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저도 앞으로 계속 생각해보고 고민해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시간 내어 포스팅을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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